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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플랜비디자인] 빔프로젝터의 전원을 뽑아버리자

플랜비디자인   |   플랜비디자인  |   2019-03-17 21:38

진짜 회의 만들기_08

 

당장 파워포인트를 끄시오.
난 당신의 생각이 듣고 싶은 겁니다!
- 에드워드 젠더 전 모토로라 CEO -

 

1997년 애플 컴퓨터의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광고대행사를 교체하기 위해 Goodby Silverstein & Partners와 TWBA에 미팅을 요청했다. 미팅을 위해 애플 컴퓨터를 찾은 광고대행사 직원은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바쁜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마케팅 중역 두 명이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에이전시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은 끝이 보이지는 않는 슬라이드의 연속이었다. 각 슬라이드에는 그래프와 표가 있었고 각 요소에는 엄청난 숫자와 설명이 포함되었어 있었다. 그들은 친절하게도 그것을 하나하나 읽어주었다.

 

거의 두 시간 정도 고문과도 같은 끔찍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인내심이 바닥나던 순간 스티브 잡스가 나타났다. 그는 늦은데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프로젝터 전원을 끄고 불을 켰다. 역시 스티브 잡스다운 무례함이었다. 불을 켠 후 회의실 벽에 고정된 화이트보드에 열세 개 정도의 사각형을 그렸다. 각각의 사각형은 애플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사업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곧 사각형 위에 차례대로 빗금을 그으며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이걸 없애고, 이걸 죽이고, 이걸 치워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상자는 단 두 개였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마케팅 중역들이 그 무수한 설명과 도표를 덧붙이며 전하려던 것을 그는 화이트보드에 단순한 사각형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존 스틸의 저서 『퍼펙트 피치(Perfect Pitch)』에 나오는 글이다. 미팅에서 보여준 두 그룹(스티브 잡스 Vs. 중역)의 차이는 단순함과 집중에 있었다. 회의를 프레젠테이션 경연장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회의는 예쁜 도형과 화려한 전환 효과,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회의의 본질은 내용이다. 그렇다고 앞의 사례처럼 친절하게 내용을 읽어주어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폐해를 알고 있는 일부 회사는 빔프로젝터나 대형 모니터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 얼굴 보고 얘기합시다.

 

 

최근에는 스마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종이 없는 회의를 지향하면서 노트북이나 태블릿PC만을 지참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형식만 흉내 내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디지털 장비들은 오히려 회의를 방해하는 요소이다. 회의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진짜 회의는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가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개인이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회의장에 가져오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스마트폰은 아주 큰 방해 요소 중 하나이다. 회의 시작 전 그라운드 룰로 스마트폰을 ‘회의장 뒤에 두고, 회의 끝나고 확인하기’를 하면 좋다. 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에게도 휴식을 주면 어떨까? 그 외 스마트기기는 실적이나 세부자료들을 조회해서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기기를 최소화하는 대신에 화이트보드나 전지, A4지, 포스트잇 같은 아날로그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빔프로젝터 대신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라

 

 

빔프로젝터를 이용할 경우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토론을 촉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토론을 방해하는 역기능이 더 많다. 빔프로젝터보다는 화이트보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화이트보드는 집단의 기억 및 협의를 돕는 매우 훌륭한 도구이다. 화이트보드를 활용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첫째, 의견의 전체상과 핵심이 눈에 보이게 되어 참가자들의 의식을 집중시킬 수 있다. 둘째,그 자체로서 회의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셋째, 발언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보이게 되고, 발언자와 의견이 나뉘기 때문에 냉정하게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넷째, 발상을 확산시킬 수 있다. 

화이트보드는 바퀴가 있는 것이 조금 더 좋다. 전체 참가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할 수 있으며, 방향을 조정하면서 참여자들의 관심을 전환할 수 있다. 화이트보드를 이용할 경우, 보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더 많이 기억할 수 있게 되며, 정보를 전달하고 수집하는 것에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화이트보드에 어떻게 적는 것이 좋을까? 인원이 적은 경우에는 퍼실리테이터가 직접 적으면서 진행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인원이 10명을 넘을 때는 별도로 서기를 두는 것이 좋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DIET 프로세스에 따라 구획을 정해두면 좋다(아래의 그림 참조). 특히 회의의 목적, 목표,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적어두는 것이 좋으며, 필요한 경우 회의에서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이트보드가 부족할 수 있으니 여분의 전지를 준비해 사용하면 편리하다. 특히 대안 탐색의 ‘Explore alternative’가 회의의 본격적인 진행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많은 내용이 논의 될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플립차트(flip chart)를 옆에 두면 좋다. 




[그림 7] 집단의 기억과 협의의 도구로써 화이트보드 활용하기



[참고] 의견을 화이트보드나 전지에 기록하는 방법

 

제목을 쓴다: 페이지마다 쓴다. Define Agenda는 미리 작성해두면 좋다. DIET 프로세스의 2, 3, 4단계는 별도의 전지를 준비해두거나 화이트보드인 경우 구획을 정해두면 좋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쓴다: 생각을 요약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의미포착을 위해 키워드와 완결구를 사용한다.

크게 쓴다: 뒷좌석에서도 보이도록 크게 쓴다.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눈에 보여야 더 쉽게 상호작용한다. 

단순 명료하게 쓴다: 돋움체로 명료하게 쓴다. 매직의 넓은 면을 사용한다.

느리게 쓴다: 쓰는 동작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쓴다. 편안한 상황에서 속도를 연습해본다.

의미: 의미가 맞춤법보다 중요하다.

항목에 번호를 붙인다: 이후 논의에서 아이디어들을 활용할 것이라면 항목에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다. 글머리 기호나 상징으로 아이디어들이 서로 구분되도록 하여 하나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호를 사용하면 혼란스럽다.

페이지를 꽉 채우기 전에 새 페이지로 넘어간다: 아이디어를 두 페이지에 나누어 적지 않도록 한다.

아이디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여백을 활용한다: 가장자리에 6cm 정도 여백을 주고 각 항목 간 3cm씩 간격을 둔다.

색을 번갈아 사용한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하기에 좋고 가독성을 높여준다. 2∼3가지 색이 적당하다.